국립대 직원들은 다른 공무원은 받지않는 추가적인 수당을 받습니다.
바로 “학생지도비”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 등을 위한 비용”이며, 줄여서 “교연비”라고도 합니다.
교연비는 풀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교원(교수·조교)은 교육, 연구, 학생지도 모든 영역에서 지급받을 수 있고,
직원은 보통 학생지도 영역에서만 수당을 지급받습니다.
(직원이 연구정책보고서에 참여한 경우, 연구 영역 수당 받을 수 있습니다.)
국립대마다 직원에게 지급하는 학생지도비 금액에는 차이가 있으며
적은 대학은 연간 2백만원, 많은 대학은 연간 1천만원 정도입니다.
오늘은 국립대 직원이 받는 “학생지도비” 에 대해 사.심.없.이. 설명하겠습니다.
1. 부활한 학생지도비
박근혜 정부 시절, 2년 넘게 학생지도비 지급을 중단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국립대 교원에 포커스를 맞춰,
교수에게 봉급 외에 교육 연구를 위한 추가적인 보수성 경비를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유였죠.
실 수령 기준 월 100만원이 넘는 학생지도비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자
당시 적지 않은 국립대 직원들이 급하게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비해 연 1천만원을 넘는 수당을 받는다 해도,
오랫동안 그 급여에 맞춰 생활을 했던 직원들 입장에서는 타격이 컸습니다.
결국 대학과 대학연합회 등의 저항, 투쟁, 협상, 노력 끝에 학생지도비는 부활했습니다.
물론 조건이 있었습니다.
▶ 대학회계 자체 수입금으로 교연비를 편성하되, 전년도 결산액 범위 내에서 편성
올해 학생지도비를 적게 받게 되면, 내년 학생지도비 예산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 교육·연구·학생지도 영역 별 업무 실적에 맞춘 학생지도비 차등 지급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의 학생지도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실적만큼만 지급합니다)
▶ 통상적 업무수행이 아닌 추가적인 학생지도 업무만 실적으로 인정
근무시간 내 업무로는 실적이 인정되지 않고, 근무시간 외에 학생지도 실적만 인정합니다
2. 본말전도 학생지도비
각 대학 자체적으로 교육부의 학생지도비 가이드라인에 맞춰 학생지도 실적 지표를 발굴해야 했습니다.
매년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학생지도 실적 지표를 근간으로,
학생지도 계획을 세우고 교육부에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칩니다.
각 대학은 “어떠한 학생지도활동에 얼마의 지도비를 책정해야하는가”를 고민했고,
대학별 학생지도활동 일부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 알리기 프로그램 운영
- 정규 과목 외 컴퓨터 활용교육, 부설기관 이용 교육 보조 강사 활동
- 학생,직원 간 일대일 매칭제도 실시
- 각종 학교 행사에 근무 외 시간 지원 활동
이렇게 다양한 학생지도를 계속 발굴하며 실적을 쌓고 있죠.
<직원입장>에서는 실적을 쌓으며 학생지도비를 지급받는다는 장점도 있고
<학생입장>에서는 직원이 예전보다 가깝게 다가와 학교의 각종 학사내용과 대학생활 팁을 알려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직원 입장에서,
봉급은 공무원답게(?) 일해도 나오지만, 학생지도비는 노력한 만큼 나온다는 것에 있습니다.
학생지도비 실적 증명 초기에 직원들은 크게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근무시간에 활동한 학생지도 실적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근무시간을 학생지도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간으로 쓰기 시작합니다.
학교별로 정해진 학생지도비 최상한액을 받기 위해 실적 쌓기에 고군분투했습니다.
학생지도활동이 어느정도 정착된 2여년가 흐르기까지는
직원간 대화 80% 이상이 학생지도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본업에 들여야 할 에너지를 학생지도비 실적에 쏟았다고 봅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근무시간에도 학생지도비 실적에 열을 올리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주객전도가 된 작태에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3. 결국 곪아터진 학생지도비
작년에 공익신고를 시작으로
학생지도비에 대한 국민권익위와 교육부의 대대적인 감사가 있었습니다.
방만한 학생지도활동, 부정수급의 결과물들이 국립대별로 줄줄이 터져나왔죠.
학생에게 학사관련 카톡 1통을 보내고 13만원을 지급받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만약 학생들이 학비가 이렇게 손쉽게 공무원의 수당이 된다는 걸 안다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그래서 교육부는 학생을 포함하는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학생지도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 요건을 강화하고,
더욱 엄격한 잣대로 대학별 학생지도계획을 승인하고 부정지급액 회수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4. 소멸 운명 학생지도비
돈 중요합니다.
공무원 역시, 기본적으로는 (안정적으로 길게)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죠.
그러나 한번 쯤 학생지도비를 직원이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 국립대에서 내놓은 학생지도활동이 과연 추가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 교육부 감사 결과를 보면 학생지도활동 대부분이
직원이라면, 공무원이라면, 학생들을 위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업무로 보입니다.
더구나 정규 근무시간 외에 하는 추가적인 업무를 하면,
공무원의 경우, 1시간 공제 후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받도록 규정화되어 있음에도
학생지도비의 시간당 금액이 시간외 근무수당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직원들이 학생지도비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시간외 근무수당과 학생지도비 동시 지급 불가)
또한 다른 부처, 심지어 같은 교육부 내에서도 대학이 아닌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아예 모르거나 받을 수 없는 수당의 존재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형평성 문제 제기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국립대는 고등교육기관으로 민생과 직결된 문제에서도 한발 뒤로 물러나 있고
긴급을 요하는 정책 시행도 거의 없습니다.
일례로 코로나로 인해 지자체 공무원들의 늘어난 업무강도와 피로 누적에 대해 논할 때
국립대 직원은 기관별로 한두명 차출 지원을 할 뿐 실질적인 추가 업무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시간외 근무수당만으로도 묵묵히 본업을 충실히 이행해온 다른 공무원들에게
학생지도비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당초 학생지도비를 중단했다가 실적 증명 기반으로 부활했을 때,
대부분의 국립대 직원들은 결국 이 수당이 점진적으로 줄어들다가
최종적으로는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받을 수 있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죠.
대학 입학 정원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통폐합하는 국립대가 늘어나게 됩니다.
각 국립대의 재정여건이 악화일로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체재원으로 지급하는 학생지도비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혹시라도 적은 공무원 월급을 학생지도비로 조금이라도 보충해보겠다는 심정으로
국립대 전입이나 인사교류를 알아보고 계시다면,
조금씩 축소하다가 결국은 사라지게 될 수당을 목적으로 삼지 않기를 당부드립니다.
[국립대 교직원이 되는 법, 인사교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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